알뜰폰 가입자는 정말 '지하철 와이파이' 사용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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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겠습니다. 알뜰폰 가입자도 이통3사의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까요? 정답은 '가능하다' 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기술적 결함으로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알뜰폰 업체도 사전에 공지해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알뜰폰은 지하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잘못 알려주는 업체까지 있습니다.
#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더스쿠프가 알뜰폰 업체가 친절하게 말해주지 않는 지하철 와이파이의 비밀을 파헤쳐 봤습니다.
얼마 전, 기자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바꿨습니다. 제가 선택한 건 요즘 잘나간다는 '알뜰폰'입니다. 알뜰폰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이동통신3사 못지않은 품질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는 요금제입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알뜰폰 가입자 수는 1441만5170명으로 전년 동기(1160만3963명) 대비 24.2% 증가했습니다. 전체 무선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같은 기간 6.7% 늘어난 걸 생각하면 알뜰폰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 중인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알뜰폰 브랜드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부터 '리브엠(KB국민은행)' '토스모바일(토스)' 등 증권사 알뜰폰, 이통3사가 직접 만든 알뜰폰까지 다양합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알뜰폰 업체만 해도 53개에 달하죠(6월 기준).
기자는 '브랜드'보단 '실속'을 택했습니다. 데이터 제공량, 통화량 등 같은 조건을 제공하는 알뜰폰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중소 사업자의 요금제를 골랐습니다. 브랜드가 생소하긴 했지만 품질을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알뜰폰이 이통3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소 사업자 알뜰폰이든 이통3사의 알뜰폰이든 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LG유플러스를 써온 기자는 이번엔 'KT 망'을 쓰는 알뜰폰 요금제를 최종 선택했습니다.
뜻밖의 변수 지하철 와이파이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바로 '와이파이(Wi-fi)'입니다. 기자의 경우, 워낙 저렴한 요금제(월 4GB 제공)를 고른 탓에 인터넷을 조금만 쓰면 데이터가 금세 동납니다. 그래서 집에선 무조건 와이파이로 전환하고, 카페에 있을 때도 와이파이부터 찾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저렴한 요금제를 골랐으니 감내해야 할 수고니까요.
문제는 지하철이었습니다. 이통3사가 자사 가입자에게 지원하는 와이파이가 있지만, 접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KT의 와이파이로 시도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KT와 같은 망을 쓰니 접속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기자로선 꽤 당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통3사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도록 열어둔 '프리(free) 와이파이'가 있긴 하지만, 속도가 느려 제대로 쓰기 어려웠습니다.
지하철에서 와이파이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니 며칠 만에 데이터가 모두 소진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해 데이터를 모두 써도 400Kbps 속도로 인터넷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고르긴 했습니다만,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렸습니다. 메신저로 글자만 간신히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죠. 결국 기자는 느린 인터넷 속도를 참지 못하고 가입한 지 몇주 만에 데이터를 11GB까지 제공하는 요금제로 바꿨습니다.
그렇다면 알뜰폰 가입자는 정말 지하철 와이파이를 쓸 수 없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뜰폰이 망을 빌려 쓰는 이통3사의 와이파이에 접속이 가능합니다. 기자의 경우, 알뜰폰이 KT 망을 쓰고 있으므로 KT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기자의 스마트폰은 왜 지하철에서 접속이 되지 않았던 걸까요. 여기엔 꽤 복잡한 이유들이 숨어 있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기자의 스마트폰이 가진 '와이파이 맥(MAC) 주소'가 KT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맥 주소는 16진수로 이뤄져 있는 12자리의 번호로, 무선통신기기에 부여하는 일종의 '고유 번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주소가 있어야 스마트폰은 무선통신을 할 수 있죠. 와이파이 맥 주소는 '와이파이를 쓰기 위한 고유번호'인 셈입니다.
이통3사의 지하철 와이파이를 쓰려면 이 와이파이 맥 주소가 통신사 전산망에 등록돼 있어야 합니다. 당시 기자가 KT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없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LG유플러스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KT 망에 와이파이 맥 주소가 등록되지 않았던 겁니다. 이 이야기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기자: "왜 KT 전산망에 자동으로 등록이 되지 않은 거죠?"
알뜰폰 상담원: "고객님이 유심(USIM)을 갈아 끼우는 방법으로 알뜰폰을 개통하셨거든요. 이렇게 유심요금제로 개통하면 간혹 통신사 전산망에 와이파이 맥 주소가 등록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럴 땐 고객센터에 문의하셔서 와이파이 맥 주소를 알려주시면 바로 등록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맥 주소를 찾는 방법은 기기마다 다릅니다만, 대부분은 '설정' 옵션의 '내 휴대전화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가입 전에 공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알뜰폰 상담원: "사전 공지하지는 않고, 지하철 와이파이가 접속되지 않는다고 문의한 고객에게만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은 소비자는 적지 않은 듯합니다. 인터넷 포털에 '알뜰폰 맥 주소'를 검색하면 '맥 주소를 따로 등록해야 하는군요' '요금도 알뜰폰 개통 후 맥 주소 알려줘서 와이파이를 뚫어야 하나요?' 등 맥 주소를 묻는 누리꾼의 질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자가 겪은 일이 별것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뜰폰은 이통3사와 엄연히 '다른 통신사'입니다. 그러니 지하철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더라도 기자처럼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언급한 것처럼 지하철 와이파이가 '이통3사 요금제에 가입해야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여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와이파이 맥 주소가 누락될 수 있다'는 기술적 결함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알뜰폰 속 기술 결함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마다 지하철 와이파이를 안내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란 점입니다. 또다른 중소 알뜰폰 사업자 고객센터에 전화해 '지하철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며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엔 "알뜰폰은 이통3사의 지하철 와이파이를 쓸 수 없다"는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하철 와이파이가 이통3사의 부가서비스이기 때문에 알뜰폰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왜 알뜰폰 업체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는 걸까요? 혹시 일부 업체만 지하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걸까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모든 알뜰폰 업체가 이통3사의 지하철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면서도 "다만, 요금제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지하철 와이파이를 서비스로 제공하지 않는 사업자가 있을 순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긴 합니다만, 이런 배경을 설명하지 않은 채 소비자에게 단순히 '알뜰폰은 지하철 와이파이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알뜰폰의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엔 두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기술적 한계입니다. 유심요금제로 알뜰폰에 가입하면 간혹 이통3사 전산망에 와이파이 맥주소가 누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하철 와이파이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직접 스마트폰에서 와이파이 맥주소를 찾아 고객센터에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먼저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둘째는 알뜰폰 업체마다 안내 방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 와이파이를 옵션에서 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금제 옵션에 지하철 와이파이가 없어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알뜰폰은 지하철 와이파이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엄연히 내용이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 알뜰폰이 기술적으로 지하철 와이파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면에서도 알뜰폰 사업자에 좋을 리 없습니다. 와이파이가 소비자가 통신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와이파이를 쓰는 소비자가 무척 많습니다.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52.0%가 공공와이파이를 이용했습니다. 한국인 2명 중 1명이 와이파이를 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와이파이를 둘러싼 기술적 결함과 알뜰폰 업체의 불친절한 설명은 알뜰폰 업계에 '독'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알뜰폰 업체들이 한번쯤 진지하게 되짚어 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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